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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5분 읽기

인팁

쟤는 도대체 왜 저런가를 이해하는 데 꽤 편리한 네 글자.

나는 INTP다.

INTP는 MBTI에서 내향(I)·직관(N)·사고(T)·인식(P)이 조합된 성격 유형이다.

이 영어 네 글자가 나를 전부 알려주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쟤는 도대체 왜 저런가’를 조금 이해시키는 데는 꽤 편리한 설명서라고 생각한다.

나를 오래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왜 저렇게 거침없이 사재끼는지, 왜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도 해결 방법부터 찾는지. 말도 없고 감정도 없어 보이는지.

01

시뮬

여러 배치와 결과를 머릿속으로 비교하는 사람을 그린 원 라인 드로잉

세상에 이미 정해진 답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 답이 만들어진 과정에 나는 관심이 많다.

그 과정을 역산하고 찾아가는 길 안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하게 한다. 이렇게 모든 시뮬을 몇 번이고 돌린 다음 남은 답이 하나뿐일 때, 그건 결과적으로 내 정의가 되고 답이 된다.

나는 이렇듯 어떤 상황에서 나의 생각의 정의가 되는 의견이나 주장을 말하려면 시뮬을 돌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 시간 이후, 근거가 생기고 관련된 것들이 이미 정의되었기 때문에 나는 이에 관하여 거침없이 주장을 이야기하거나 진행할 수 있다.

나는 시뮬에 홀릭된 삶이라 그런지, 게임도 시뮬레이션 장르만 하고 있다. 전체 구조를 파악하고, 미세한 조건을 바꿨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각각 서로 다른 Factor의 영향력은 전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정하고 해결해가는 것들이 재미있다고 느낀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조정하고, 부정하고, 생각하고, 가끔 인정하는 것으로 돌아간다.

02

귀찮

누운 채 버튼 하나로 조명과 로봇청소기를 작동하는 사람을 그린 원 라인 드로잉

INTP와 귀차니즘은 한 몸이다.

귀찮은 건 그냥 하기 싫다. 그런데 다음에도 또 해야 하는 건 더 싫다. 반복해야 하는 것은 극혐이다. 그래서 귀찮아지는 모든 것을 자동화한다.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배우고, 사고, 없으면 만든다. 그렇게 한 번 크게 귀찮고 다시는 안 귀찮으면 된다.

03

지름

새 전자제품을 열어 내부 구조를 살펴보는 사람을 그린 원 라인 드로잉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개념을 가진 제품에 관심이 매우 많다.

신기술이 나오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구현은 어느 정도까지 했는지, 어느 지점에서 타협했는지 찾아본다. 살 만한 수준이면 직접 사서 써본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도와 의중을 파악하고, 평가하고, 거기서 다시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과정이 참 즐겁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제품은 생텍쥐페리가 『인간의 대지』에서 말한 것처럼 더는 덜어낼 것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이 비싼 제품에서 원가 절감이 가능한 모든 것은 걷어내고 아주 저렴한 방법으로 기능을 구현해냈을 때는 필요하든 아니든 사서 써보고, 테스트하고, 평가한다.

그래서 알리는 나를 최우수 고객으로 대우한다.

04

감정

상대의 말을 들으며 따뜻한 차와 실질적인 도움을 건네는 원 라인 드로잉

모든 것을 시뮬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는 사람을 대할 때도 비슷하다.

지금 느끼는 것이 무슨 감정인지 판단하고, 정의하고, 분류하는 작업이 좀 필요하다.

공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통각 같은 1차적 감정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 경우와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었을 경우를 각각 시뮬한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슬픈 일인지 판단한 뒤 위로의 말과 함께 해결 방법을 생각한다.

나의 의도와 상대가 느끼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그래서 40이 넘은 지금도 현실과 시뮬 사이의 괴리율을 계속 조정하고 있다.

나는 기계인간처럼 시뮬만 하루 종일 돌리는 사람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사지가 멀쩡한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제외) 연민이 장착되어 있다고 믿는다. 단지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준비하고, 표현하고, 도움을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