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터지는 독일 (4)
유일한 낙, 그 비싼 탈 것
지난 편 끝에 예고한 대로, 이번엔 이사할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두 번째 골칫거리 — 멀쩡한 카센터 찾기 — 를 풀어보려 한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보니, 이건 카센터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독일에서 차와 바이크를 굴린다는 건, 시작부터 끝까지 사방에서 돈이 새어 나가는 일이다.
그래도 포기 못 하는 유일한 낙

사실 독일에 와서 좋은 게 뭐냐고 묻는다면, 그나마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탈 것"과 관련된 부분이다.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 그래서 속도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탈 것의 성능과 조건만 갖춰진다면 시속 200이든 300이든 경찰과의 추격전 걱정 없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환경. 그리고 한국에 비하면 정신 나간 운전을 하는 사람이 그래도 적은 편이라는 것(물론 요즘은 도로 곳곳에 돌아이들이 부쩍 늘긴 했다). 한국보다 비교적 막힘 없는 도로 사정, 게다가 하나로 통합된 유럽 덕분에 사방이 국경으로 막힌 게 아니라 원하는 곳 어디든 차를 몰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자유로움. 누군가는 탈 것을 그저 A에서 B로 이동하는 운송 수단으로만 여길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처음 가보는 곳을 직접 운전해 가며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의 변화를 느끼는 즐거움, 바이크로 막힘 하나 없이 그 지역을 온몸으로 통째로 느끼는 경험. 이런 탈 것의 낙을 누리기에, 독일은 확실히 한국보다 나은 환경이다. 그러니 이 비싼 취미를 나는 끝내 포기하지 못한다.
비싼 간판, 못 미더운 정비

자, 이제 다시 처음에 꺼낸 카센터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보통 사람들은 "사설은 못 믿어도 공인 정식 정비소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맞는 말이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브랜드 간판을 걸고 정품 부품에 교육받은 기술자를 쓰는 곳이니, 비싼 값을 치르는 대신 최소한 믿고 맡길 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가 겪은 정식 BMW 정비소들은, 눈치만 슬슬 보다가 어떻게든 대충 때우고 끝내려는 야바위꾼들의 소굴이었다. 하루는 수리가 다 됐다는 연락을 받고 차를 찾으러 갔는데, 정비소 주차장을 미처 빠져나가기도 전에, 전에 정비를 맡겼던 바로 그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너무 어처구니없고 열도 받아서, 차를 고쳤다는 그 정비사를 불러내 조수석에 태우고는 대체 어느 부분을 고친 거냐고 따져 물었다. 정비 내역서와 영수증을 손에 들고 바로 그 자리에서 증상을 다시 시연해 보이는데, 자기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저 "체크해 보겠다, 차를 다시 놓고 가라"는 소리뿐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말은 늘 똑같다. "Tut mir leid(안됐네요, 뭐)." 이 무책임한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 제대로 손도 안 대놓고 "다 수리했다"며 차를 내준 주제에, "뭐, 유감이네요. 그래서요?" 하는 식으로 며칠을 또 태연히 잡아먹겠다는 것이다. 또 어떤 곳은 2만 킬로미터밖에 안 탄 차를 두고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았으니 갈아야 한다고 했다. 내가 서킷에서 레이싱을 하는 것도 아닌데, 겨우 2만 킬로에 패드가 수명을 다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브레이크 패드 소재가 지우개도 아니고 말이다. 이건 분명 이전에 다니던 BMW 센터에서, 청구서에는 200유로가 넘는 새 패드값을 떡하니 올려놓고 실제로는 어디서 굴러먹던 중고를 끼워 넣은 게 틀림없다.
문제는 능력과 실력은 이 모양인데도 "공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값은 드럽게 비싸다는 것이다. 한 번 큰 인스펙치온(정기점검)을 받으면 1500유로는 우습게 깨진다. 이건 바이크도 마찬가지여서, 큰 인스펙치온 한 번에 1500유로가 쉽사리 나간다. 동네 사설 정비소가 시간당 70~110유로쯤 하는 데 비해, BMW·벤츠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공인 정비소는 시간당 150유로에서 200유로를 넘고, 직영점은 300유로에 육박하는 곳까지 있다. 실제로 독일 정비소 평균 공임은 2024년 처음으로 시간당 200유로를 돌파했다. 게다가 이 공임은 대부분 세전 금액으로 안내되기 때문에, 실제 청구서에는 여기에 19퍼센트의 부가가치세가 또 얹혀서 더 비싸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공인 정비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보증(게런티) 때문이다. 정해진 정비를 직영 공인 정비소에서 받지 않으면 차량 보증이 유효하지 않게 된다. 정말 재수 없게 차를 몰다 엔진이 터지거나 미션이 나가버렸을 때, 그동안 공인 정비를 한 번이라도 빼먹었거나 사설에서 마음대로 손을 봤다면, 그 순간 보증이 통째로 날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실력도 못 미덥고 값도 터무니없이 비싼 걸 뻔히 알면서도, 만에 하나의 큰 사고가 무서워 매번 그 비싼 공인 정비소에 차를 맡길 수밖에 없다.
굴리지 않아도 빠져나가는 돈

정비만 돈이 아니다. 보험은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이다. 나는 차 두 대에 바이크 두 대를 굴리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보험료만 1년에 3천 유로가 넘는다. 기름값도, 세금도, 정비도 아닌, 그저 "만일"에 대비하는 돈만 매달 250유로씩 나가는 셈이다. 여기에 차량마다 자동차세가 또 붙고, 앞선 편에서 다뤘듯 유럽 최고 수준의 기름값이 얹힌다. 그리고 2년마다 돌아오는 TÜV 검사도 빼놓을 수 없다. 승용차는 100~150유로, 바이크도 70~90유로. 검사에서 뭐 하나 트집이라도 잡히면 고치고 다시 받는 돈이 또 붙는다.
운전할 자격부터 사치다

그런데 이 모든 건, 애초에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다음의 이야기다. 그 자격을 얻는 것부터가 돈이다. 오죽하면 요즘 독일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는 것 자체가 사치, 그러니까 룩수스(Luxus)라는 말까지 나온다. 독일에서 승용차 면허(B종)를 따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3,500유로 안팎이다. 대도시에서는 4천 유로를 훌쩍 넘기고, 개인 편차까지 감안하면 2,500유로에서 6천 유로 사이를 오간다. 2020년 이후로만 20~30퍼센트가 올랐다. 더 무서운 건 재시험이다. 실기 시험 응시자의 약 30퍼센트가 첫 시험에서 떨어지는데, 한 번 떨어질 때마다 시험료와 추가 연습 시간으로 수백 유로가 또 나간다. 차를 사기도 전에, 운전할 자격증 하나에 웬만한 중고차 한 대 값이 들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이건 승용차 한 종류의 이야기일 뿐이다. 승용차 면허로 곧장 탈 수 있는 이륜차는 50cc짜리 스쿠터 정도가 고작이다. 그 위로 125cc까지 타려면 B196이라는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시험이 없다뿐이지 이 교육만으로도 큰돈이 든다. 나도 이걸 취득했는데, "추가 교육" 주제에 천 유로가 넘게 나왔다. 그보다 더 제대로 된 바이크를 타려면 학원 교육과 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한다. 게다가 바이크 면허는 한국처럼 2종 소형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배기량과 출력에 따라 A1, A2, A 등으로 잘게 나뉘어 있다. 지금 내 면허로 못 타는 급의 바이크가 눈에 들어오면, 그때마다 또 학원에 등록하고 또 돈을 써야 하는 것이다. 탈 것을 좋아해서 차도 타고 바이크도 타려는 사람은, 시작부터 이 돈을 몇 겹으로 내고 들어가는 셈이다. 더 답답한 건, 독일에는 한국처럼 개인이 스스로 공부해서 공단에 직접 시험을 보러 가는 길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무조건 등록된 운전학원(Fahrschule)을 거쳐야만 하고, 정해진 의무 교육 시간을 다 채워야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학원이 부르는 값을 그대로 치를 수밖에 없다.
그냥 대중교통을 타라고?

여기까지 읽으면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렇게 탈것이 돈 먹는 하마면, 그냥 대중교통 타면 되지 않느냐." 아, 그 대중교통 말인가. 그게 또 다른 지옥이다.
나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시간이 걸린 일정 — 이를테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거나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 — 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대중교통을 타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 철도의 정시율은 처참하다. 2025년 기준 장거리 열차(ICE·IC)의 정시율은 60퍼센트에 불과했다. 열 대 중 네 대가 늦는다는 뜻이다. 그것도 "6분 미만 지연은 정시", "아예 취소된 열차는 통계에서 제외"라는 후한 기준으로 이 정도다. 가장 나빴던 2025년 10월에는 정시율이 51퍼센트, 즉 절반이 제시간에 못 왔다. 참고로 이웃 스위스 철도의 장거리 정시율은 92퍼센트, 오스트리아(ÖBB)도 80퍼센트를 넘는다. 심지어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하는 장거리 지연의 상당 부분이 국경을 넘어온 독일발 열차 탓이라는 분석까지 있다. 독일 기차는 제 나라 안에서만 늦는 게 아니라, 이웃 나라 정시율까지 갉아먹는 민폐인 셈이다.
숫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겪은 독일 기차는 이렇다. 눈이 좀 온다 싶으면 승객을 죄다 내리게 하고 운행을 멈춘다. 달리던 기차가 아무 설명도 없이 허허벌판에 멈춰 서서, 서너 시간을 그 안에 갇혀 기다린 적도 있다. 원인은 뻔하다. 수십 년간 방치돼 낡을 대로 낡은 선로와 신호 설비다. 있는 인프라조차 제대로 못 지키는 이 나라의 병이, 철도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니 비싼 차를 포기하고 기차에 인생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거리만 그런 것도 아니다. 가까운 거리도 대중교통에 맡기면 하세월이다. 목적지가 도심 한복판이라면 그나마 낫지만, 조금만 외곽으로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선이 죄다 도심을 중심으로 뻗어 있어서, 외곽에서 외곽으로 가려면 일단 도심까지 들어갔다가 거기서 또 갈아타고 다시 빠져나가야 한다. 여기에 긴 배차 간격까지 겹친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꼴로만 다니는 동네도 수두룩하다. 그러다 보니 차로 20분이면 갈 거리가, 버스와 트램을 갈아타며 한 시간 반씩 걸리기 일쑤다. 결국 사람들은 돈이 줄줄 새는 걸 알면서도 자기 차 핸들을 잡는다.
결국 내 손으로 고치며 버틴다

다시 처음의 정비소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한번은 바이크 뒷바퀴 하나를 갈려고 했는데, 타이어를 외부에서 직접 사 왔다는 이유만으로 여러 센터에서 교환을 거절당했다. 그나마 받아준 곳에서도 싫은 소리를 잔뜩 들어가며, "이번 한 번만 해달라"고 굽신굽신 사정한 끝에야 겨우 뒷바퀴 하나를 갈 수 있었다. 자기네 타이어를 못 팔아서 남는 돈이 적은 게 불만이라면, 교환 공임을 더 받으면 될 일 아닌가. 장비를 갖고 있다는 게 무슨 대단한 벼슬이라고, 바퀴 하나 가는 데 내가 왜 애원을 해야 하는가.
이렇게 전반적으로 개판이고 오만한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이런 정신 상태와 이상한 생태계가 곳곳에 뿌리내린 위에, 면허를 따는 데 수천 유로, 보험에 매년 수천 유로, 정비소에 갈 때마다 네 자리 숫자, 1~2년마다 TÜV, 매달 기름값과 세금이 얹힌다. 독일에서 차와 바이크를 굴린다는 건,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아니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일이다. 게다가 그 수고와 비용을 다 치르고 나서도 믿고 맡길 멀쩡한 정비소 하나 찾기가 이토록 어려우니, 나는 가능하면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직접 고쳐 가며 버틴다.
그런데도 바깥세상은 독일을 무슨 대단히 수준 높은 나라로 착각하고 있으니,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